수학으로 카지노를 분석한다? 처음엔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졌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The Mathematics of Games and Gambling』 시리즈를 따라오신 분들은 아시겠죠? 수학은 단순히 계산의 도구가 아니라, 도박을 ‘판단’하고 ‘절제’할 수 있게 해주는 무기라는 것을요.
긴 글들을 읽어오신 분들을 위해서 지금껏 이어온 시리즈를 총 정리 해드립니다.
기대값을 기준으로 생각하자
모든 도박 게임은 한 판당 평균적으로 얼마를 벌거나 잃는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기대값(expected value)이고, 카지노 게임 대부분은 이 값이 마이너스입니다.
기대값이란 무엇인가? 기대값은 확률과 보상의 곱을 합산하여 장기적인 평균 결과를 예측하는 수학적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2,000원을 받고, 뒷면이 나오면 1,500원을 잃는 게임이 있다고 해보죠. 이 게임의 기대값은 다음과 같습니다. > (2,000 × 0.5) + (–1,500 × 0.5) = 1,000 – 750 = 250
이 게임의 기대값은 250으로, 판당 평균 250원을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은 다릅니다. 카지노의 모든 게임은 하우스 엣지(House Edge)라는 개념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하우스 엣지는 게임의 규칙 자체에 내재된 것으로, 어떤 베팅을 하든 기대값을 마이너스로 만듭니다. 예를 들어, 룰렛의 0(제로) 칸이나 슬롯머신의 내부 확률은 하우스 엣지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보다, “이 게임은 장기적으로 얼마를 잃는 구조일까?”를 먼저 따져보는 습관. 그게 수익형 플레이어의 기본기입니다.
감정 대신 구조를 보자
슬롯머신에서 ’한 번만 더’를 외치게 되는 이유는 뇌가 ‘변동 보상 스케줄’에 속기 때문입니다. 언제 보상이 터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뇌의 도파민 회로는 더 강력하게 활성화됩니다. 이는 보상이 고정적인 경우보다 훨씬 더 중독성이 강하죠.
로또를 매주 사는 이유도 ‘현실적인 수익’이 아니라 ’감정적 위안’ 때문입니다. 책은 이런 심리적 구조까지도 수학적으로 설명하며, 도박을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이러한 심리적 함정에는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도 포함됩니다. “이번에 계속 잃었으니 다음엔 꼭 따겠지?”라는 착각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동전 던지기처럼 각각의 시도는 완전히 독립적인 사건이므로, 이전 결과는 다음 결과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와 유사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에 맞는 정보만 취하고, 손실에 대한 정보는 무시하게 만듭니다. 이 책은 우리가 본능적으로 빠지기 쉬운 이러한 심리적 함정들을 수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시스템 베팅은 판을 바꾸지 못한다
마틴게일, 캔슬레이션 전략 등 여러 베팅 방식이 있어 보이지만, 기댓값이 변하지 않는 한, 아무리 베팅 순서를 바꿔도 결과는 같다는 것. 이 단순한 진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도박에서 똑똑해지는 첫걸음’입니다.
가장 유명한 시스템 베팅인 마틴게일(Martingale) 전략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전략은 게임에서 질 때마다 베팅 금액을 두 배로 늘려, 한 번만 이기면 모든 손실을 만회하고 최초 베팅 금액만큼의 이득을 얻는 방식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무한한 자본이 있다면 이 전략은 항상 성공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카지노에는 테이블 한도(table limit)가 있고, 당신의 자본(bankroll)은 유한하기 때문이죠. 몇 번만 연속으로 잃어도 베팅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순식간에 파산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베팅은 수학적 기대값을 바꿀 수 없으며, 결국 플레이어의 파산을 앞당기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이는 복권의 기대값이 마이너스인 것처럼, 베팅 시스템 역시 본질적으로 플레이어에게 불리한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확률이 바뀌는 게임만이 예외다
책은 블랙잭에서만 유일하게 ’기댓값이 바뀔 수 있는 구조’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카드 카운팅이 가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고, 실제로 수익을 낸 사례도 존재하죠. 이 말은 곧, 수학적 전략이 통하려면 확률이 바뀌는 구조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카드 카운팅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블랙잭은 사용된 카드를 제외하고 남은 카드 덱으로 게임을 진행합니다. 즉, 다음 게임의 확률은 직전 게임의 결과에 따라 변합니다.
카드 카운팅은 이 원리를 활용한 전략입니다. ’하이-로우 시스템’이 가장 대표적인데, 카드마다 +1, 0, –1의 값을 부여하고, 덱에 남은 ’높은 카드’와 ’낮은 카드’의 비율을 파악하는 방식입니다.
- +1: 2, 3, 4, 5, 6 (낮은 카드)
- 0: 7, 8, 9
- –1: 10, J, Q, K, A (높은 카드)
덱에 높은 카드가 많이 남아있다고 판단되면(카운트가 높을 때) 플레이어에게 유리해지므로, 베팅 금액을 늘려 기대값을 플러스(+)로 만듭니다. 반대로 낮은 카드가 많다고 판단되면 베팅 금액을 줄이거나 게임을 포기합니다.
하지만 카드 카운팅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며, 카지노는 덱을 자주 섞거나 여러 개의 덱을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카운팅을 방해합니다. 이처럼 확률이 바뀌는 게임에서는 수학적 전략이 통하지만, 그마저도 현실에서는 매우 어렵다는 점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결국, 이 책이 가르쳐준 것
도박은 운이 아니라 수학이다.
수학은 공식이 아니라 판단의 기준이다.
수익은 잭팟이 아니라 절제에서 나온다.
『The Mathematics of Games and Gambling』은 우리에게 “이길 수 있는 방법”보다는 “잃지 않는 생각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도박을 이기는 방법을 넘어,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 기댓값의 중요성: 카지노 게임의 기대값이 마이너스인 것처럼, 우리가 내리는 모든 선택에도 긍정적 또는 부정적 기대값이 숨겨져 있습니다. 어떤 투자나 사업을 시작할 때, 그 결정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수학적으로 판단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습니다.
- 심리적 편향의 극복: 도박사의 오류나 확증 편향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저지르기 쉬운 비합리적 판단을 피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인 데이터와 확률을 바탕으로 사고하는 훈련이 됩니다.
- 시스템의 한계 인식: 베팅 시스템이 도박의 본질을 바꿀 수 없듯이, 세상의 어떤 ’성공 공식’이나 ’쉬운 방법’도 그 구조적인 한계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기술과 전략을 파악하되, 그 본질적인 규칙을 이해하는 것이 진짜 통찰입니다.
카지노 수학을 공부한다는 건, 결국 판단력과 절제력을 기르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 시리즈를 통해 배웠다면, 이미 절반은 이긴 셈입니다.
이제 시리즈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이 글을 따라 읽어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도박을 하든 안 하든, 확률적 사고는 인생의 많은 순간에서 당신을 도와줄 거예요.